루이즈 글릭 <아라라트 산>

2020 노벨문학상 수상 루이즈 글릭 시집

루이즈 글릭 <아라라트 산> 표지

소개

- 글릭을 시인으로서 존재하게 한 다섯 번째 시집《아라라트 산》은 루이즈 글릭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아라라트 산은 창세기에 나오는 산으로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끝에 표류하다가 닿은 산이다. 노아의 방주가 안착함으로써 인류가 하느님과 최초로 계약을 맺은 곳이 바로 아라라트 산이다. 글릭의 다섯 번째 시집 《아라라트 산》은 1990년에 출간되었다. 1985년에 나온 《아킬레우스의 승리》 이후 5년 만이다. 글릭은 정말 차곡차곡 시를 썼고 꾸준하게 출간했다. 1968년에 《맏이》, 1975년에 《습지 위의 집》, 1980년에 《내려오는 모습》, 1985년에 《아킬레우스의 승리》, 1990년에 《아라라트 산》, 가만히 보면 주로 5년 주기로 시집을 한 권씩 냈다. 13권의 시집 중에 글릭의 대표작을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아라라트 산》이야말로 시인으로서 글릭을 있게 한 크나큰 방주다. 《아라라트 산》에서 큰 호흡으로 죽음을 딛고 난 후, 글릭은 《야생 붓꽃》의 세계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 아버지의 죽음에서 시작된 가족 비극의 서사를 그리다

사랑하는 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엄마의 전문적인 일, 엄마는 언니를 저 세상으로 보냈고, 이제는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계신다. 시인은 말한다. 한 사람이 잠들도록 준비하는 것이나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나 다 똑같은 일이라고. 진짜 그렇다고. 그러면서 자장가를 들려준다. “괜찮아, 괜찮아”. 아버지를 죽음으로 떠나보내는 크나큰 상실, 그리고 가족 서사 안에서 짐작할 수 있는 냉랭한 분위기, 남은 가족들에게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불안들이 시집 곳곳에 담겨 있다. 《아라라트 산》의 페이지에서 죽은 남자의 부재의 자리에는 딸, 자매, 어머니, 이모, 할머니 등 수많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여성이 영웅이 될 수 없다는 흔한 통념을 뒤집고, 시인은 잠재적인 영웅이었던 아버지를 대신하여 다른 여성들로 그 부재를 이어간다. 마치 아버지를 꼭 닮은 자신이 죽은 아버지를 잇듯이 말이다. 아버지의 존재감은 그렇게 죽음 이후에 시집 전체에서 합창처럼 흐른다. 시집 도처에 스며 있는 부재와, 고통과 상처와 좌절의 흔적들은 지금 시대의 영웅의 기본 값이 어쩌면 상처와 고통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준다. 고대의 영웅서사가 내세운 화려한 모험은 없다.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이 겪는 상실을 냉정한 시선으로 보던 글릭은 마침내 어떤 결론에 다다른다. “고통이란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사랑은 고통 안에서 두려움과 그리움과 갈망과 허기 속에서 표현될 수 있다. 이 시집은 사랑의 얼굴을 아는 시인 글릭의 사랑 시라고도 볼 수 있다. 죽음을 넘어선 사랑의 시는 시집 《아라라트 산》으로서 완성됐다.

어린 시절, 나는,

고통이란 내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뜻이라 생각했다.

그건 내가 사랑했다는 뜻이었다.

〈최초의 기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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