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글릭 <아킬레우스의 승리>

2020 노벨문학상 수상 루이즈 글릭 시집

루이즈 글릭 <아킬레우스의 승리> 표지

소개

- 불에 타버린 집, 물리적 상실을 통과하면서 쓴 시들을 모아 엮은 네 번째 시집

1985년 출간된 《아킬레우스의 승리》는 루이즈 글릭의 네 번째 시집이다. 네 번째 시집을 낼 때쯤 글릭은 제법 알려진 시인이 되어 있었다. 네 번째 시집 《아킬레우스의 승리》에 이르러 여전히 일인칭 화자를 내세우면서도 자기만의 개성 있는 목소리를 만들고자 하는 시인의 실험은 계속된다.

글릭에게 1980년은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해였을 것이다. 일단 세 번째 시집 《내려오는 모습》이 나와 그해 출간된 시집 중 가장 뛰어난 시집 중 하나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해는 큰 상실의 해이기도 했으니, 바로 버몬트의 시골집이 화재로 소실되는 사건이 있었다. 살림살이는 물론이고, 아끼던 책, 편지, 사진, 추억, 어떤 역사가 재가 되는 일. 하지만 시인은 그 경험을 그냥 “집이 불에 탔고, 우리는 다시 마을로 돌아와 새 집을 샀다”고 말한다. 네 번째 시집 《아킬레우스의 승리》는 그 상실을 통과하면서 쓴 시들을 모았다.

아킬레우스의 서사에 빗대어 아버지를 상실한 과정을 이야기하다

〈뉴욕타임스〉는 이전 시집들에 비해서 《아킬레우스의 승리》가 “훨씬 더 선명하고, 순수하고, 예리하다”고 평가했다. 그 시선은 상상할 수 없는 상실을 통과한 시인이 벼려 낸 언어의 어떤 특징이기도 하다. 글릭의 인생에 또 다른 큰 상실이 아버지의 죽음인데, 1985년 돌아가신 아버지가 병으로 서서히 사그라지는 모습, 그걸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들이 《아킬레우스의 승리》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아킬레우스의 승리’라는 표제시의 두 주인공은 모두 호머의 《일리아드》에서 왔다. 이 시는 아킬레우스의 승리를 제목으로 가지고 왔지만, 실은 아킬레우스의 지극한 슬픔을 이야기한다. 그의 승리는 가장 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후에 오기에, 승리의 찬란한 기쁨도 그 손실에 비할 수는 없다. 그는 “자신의 온 존재로” 슬퍼한다.

시집의 많은 부분은 아픈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고 있다. 신화적인 주인공을 빌어 서로 다른 성품, 서로 다른 운명들이 가족 관계 안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풍경은 이전 시집들에도, 또 이후에 나온 시집들에서도 일관된다. 신화와 성경 등 옛 이야기들의 파편들을 엮어서 시인은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고, 아버지가 만든 가족을 되살린다.

자기 천막 안에서,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온 존재로 슬퍼했다

그리고 신들은 보았다

그가 이미 죽은 사람임을,

사랑한 쪽의 제물이었음을,

죽을 운명이었던 쪽의.

_표제 시 〈아킬레우스의 승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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