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킨 결핍

감정을 만드는 약물 공장, 어떤 것을 삼키시겠어요?

삼킨 결핍 표지

소개

[책 소개]

결핍을 숨기기에는 약물만 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약물은 쉽게 멈출 수 없다.

불면 개선, 긴장 완화, 손 떨림 방지, 호흡 진정. 그리고 감정 결핍 보완.

유동리의 어느 공장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조작하는 약물을 생산한다. 불안과 슬픔을 잠재우고, 부족한 감정을 채우는 일까지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 이곳에서 감정은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해야 할 내면의 문제가 아니다.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고, 조절하고, 복용할 수 있는 대상이다.

전교 1등을 눈앞에 둔 해성은 방학 중 우연히 이 기묘한 공장을 발견한다. 겉으로는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해성에게도 오랫동안 채워지지 않은 것이 있다. 가족에게서 얻고 싶었던 정서적 유대와 온전한 지지. 해성은 자신이 갈망해 온 감정을 약으로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마주한다.

그러나 공장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해성의 일상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람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공장. 그곳에 얽힌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결핍을 감추고 있었다.

공장을 이끄는 춘화는 인간의 감정을 약물로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오래전부터 춘화를 알아온 숙진은 공장의 존재와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약물에 의문을 품는다. 오랜 관계로 연결된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신념과 욕망을 드러낸다.

한편 해성의 삶에는 의정과 태정으로 이어지는 세 세대의 가족사가 놓여 있다. 각자의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지키고, 사랑을 표현하고,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것들을 갈망한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이었을 선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한 세대가 끝내 해소하지 못한 감정은 다음 세대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야기는 이들만의 삶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증명하려는 여울, 애정과 정서적 안정을 갈망하는 한나,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오랫동안 뒤로 미뤄온 희옥까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인물들이 공장과 그 주변에서 얽히며,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온다.

저마다 원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서로의 삶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바꾸어놓는다.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결핍, 그리고 감정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온 인간의 욕망.

『삼킨 결핍』은 감정을 조작하는 약물이 존재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세 세대에 걸친 가족의 역사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삶을 교차시키는 장편소설이다.

작품 속 결핍은 단순한 외로움이나 애정의 부족에 머물지 않는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요구되는 희생, 타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통제까지. 인물들이 품고 있는 결핍은 그들의 성격과 관계, 선택을 만들어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누군가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구속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외면한다. 또 누군가는 평생 당연하다고 여겼던 삶을 뒤늦게 돌아본다. 작품은 이처럼 서로 충돌하는 삶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보호, 의존과 지배, 생존과 책임 사이의 복잡한 경계를 드러낸다.

감정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더욱 선명하게 비춘다. 약물로 조절할 수 있는 감정과 끝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삶 사이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과거와 관계를 마주하게 된다.

결핍을 삼킨다는 것은 그것을 없애는 일일까, 아니면 그 결핍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까.

『삼킨 결핍』은 낯선 공장에서 시작된 사건을 따라가며, 결국 우리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빼앗으며 살아가는지를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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